복음서를 읽다보면 예수님을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구원을 받습니다. 한마디로 예수
님을 만나면 변화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중 '예리코의 소경' 담화는 참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성서는 티메오의 아들 바르테메오라는 거지 소경을 이야기합니다. 이
바르티메오는 아버지 티메오 품에서 자란 정상적인 사람이었으나 거지로 삽니다. 그리
고 앞을 보지 못합니다.
남루하고 보잘 것 없었던 바르티메오는 많은 이들에게 조롱거리와 멸시의 대상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수님이라는 분을 사람들로 부터 듣습니다. 그분은 많은
기적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시는 예언자라는 메시지입니다. 바르티메오는 그
분을 상상하기도 합니다. 또는 그분의 애정 어린 마음을 다른 사람들을 통하여 전해 듣
습니다. 나중에 '어떻게 하면 그분을 만날 수 있을까'하고 간절한 마음을 가지게 됩니
다. 또 그분은 어렵고 힘든 사람을 어루만저주시는 분이라는 믿음, 더 나아가 그분이
하느님의 아드님이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그때 예수님의 일행이 자신이 머문 곳을 지난다는 소식에 마음 설렙니다. 그분 앞에
나아가려 해보지만 앞을 못 보는 자신을 예수님 앞으로 나아가게 도와주는 사람은 없고,
이러다 그분을 영영 만날 수 없다는 애절함에 바르티메오는 외칩니다. "다윗의 자손 예
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마르:10,47). 주변 사람들은 모두 외면하며 조용히
하라고 나무랍니다. 이들은 호기심에서 예수님을 쫓던 사람들이기에 더욱 냉랭했습니
다. 너무 간절했던 거지 소경 바르티메오는 더욱 큰소리로 외칩니다. "다윗의 자손이시
어,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마르:10,48)라고 외치는 울음섞인 목소리를 예수
님은 거절하지 않으시고 그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으십니다. "스승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예수님은 바르티메오의 말이 무엇이며 그 안에는 무엇이 담
겨 있는지 아셨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호기심과 가십거리를 찾았지만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영안으로 기도하고 있던 바르티메어의 마음을 즉시 알아 차리셨습니다.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예수님의 말씀을 음미해보면 첫 번째 '가거라'는 해방을 말합니다. 아무것도 구속됨이
없이 자신에 얽어 메어져 있던 마음속의 상처와 앞을 못 보고 살았던 지난날들의
기억의 해방을 말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네 믿음'이라는 의미는 영안으로 기도 안에서
만들어진 확신이었습니다. 이 확신이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간절함 속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것을 마음으로 보신 예수님은 소경 바르티메오에게 새로운 삶을 살게 해
주십니다.
현실을 사는 우리는 해방감이라는 것을 취미나 오락을 통하여 얻곤 합니다. 또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에게서 모든 것을 찾은
소경 바르티메오의 교훈은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나날이 늘어나는 삶의 질곡에서의
해방감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곧 예수님과의 진실한 만남이
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김대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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