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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oiclara7

청년 부자 ( 10-10-2021 )

복음서를 읽다 보면 예수님을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큰 기쁨을 안고 돌아갑니다. 예

를 들면 중병에 걸린 사람들이나 불구자들, 심지어는 악령에 시달리는 사람들 등 아픔

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구원을 받고 예수님께 감사를 드리고 자신의 삶속으로 살

아갑니다. 그러나 유독 부자인 청년은 예수님을 만나서 더욱 혼란과 근심을 가진 채로

돌아갑니다. 한마디로 예수님을 만난 사람 중 처음으로 구원에 실패한 사람일지도 모

르겠습니다.

성실하고 충실하며, 하느님을 잘 따랐던 젊은 부자는 예수님의 날카로운 지적에 울

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 부자는 재산을 모으는데 정말 충실했으며 하느님의 가르침도

충실히 실행했을 것입니다. 재산을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주님을 따르라

는 예수님의 말씀이 충격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한 번도 청년 부자는 나누어준 적

이 없어서 더욱 혼란을 겪습니다. 따져보면 젊은이들 중 부자들이 세상에 얼마나 있습

니까. 만약 있다면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이나 아니면 정말 사업수단이 좋은 사람이었

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특이하게 젊은 사람 중 재물이 무척이나 많았던 사람인 것은

분명합니다.

예수님께서 이 청년 부자에게 "너에게 빠진 것이 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즉, 재물

을 모으는 것은 있지만 나눔이 없다는 것을 말하시며, 나눔은 하늘의 보화임을 가르쳐

주십니다. 세상은 물질의 세상이기에 물질적인 재화와 재산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것

이 당연합니다. 재산을 모으고 관리하고 또는 재산을 잘 정리해서 가정과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은 우리들의 공동선(common goods)을 위해 중요한 것입니다. 심지어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물질적 지원을 해주는 것이 재물과 재화

의 가장 큰 가치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부자 청년의 예화를 통해 "부자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

다는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 나가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마르:10,25). 라고 말하시는

데, 과거에 이 말씀이 제게도 조금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나중에 수도원에 들어와

서 살면서 재물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애착에 대한 문제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마

디로 재물과 재화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들에 매몰되어 있는 마음이 문제입니다.

하느님의 길을 가는데 재물과 재화는 도구이어야지 그것이 전부가 되면 우상을 숭배

하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삶은 분명 유한하며, 하늘나라는 영원하다는 주님

의 가르침에 재물에 대한 과도한 애착이 문제가 됨을 지적해 주십니다.

사실 우리들의 마음을 잘 살펴보면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영원

한 생명, 구원, 물론 우리는 그것들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게 전부인가요? 우

리의 내면에는 하느님 나라라는 지고한 가치를 향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현세에서도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부자가 되기를 원하고, 성공하기를 원하며,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리기를 바랍니다. 오직 세상의 안락함을 위하여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

기도 합니다. 이것이 우리들의 참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어정쩡하

게 양다리를 걸친 모습이 아니라 온전하게 모든 것을 내던지고 당신을 따르는 모습을

원하십니다. 어쩌면 이 말씀을 들은 지금 우리 얼굴이 복음의 부유한 사람처럼 울상이

되어 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재물은 분명 하느님의 축복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재물을 하느님께 맡겨 드릴 때 우리는 더 많은 보화를 하늘로부터 받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김대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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